농촌의 일꾼, 영농회장을 찾아서(18)

영농회장 맡은지 2년, 논밭 5천여평을 가꾸며 3대째 살아온 땅을 지키는 신현수(51) 영농회장의 표정은 담담하기만 하다.

"영농회장이라고 특별할 게 없어요. 서로 사는 거 뻔히 알고 지내는데요.”

비가 드문드문 내리는 가운데 설설 끓는 마을회관 방안에서는 닭발과 소주로 간단하게 목을 축이는 어르신들이 있다. 부엌 쪽에는 아주머니들의 목소리가 왁자지껄하다. 회관 밖에는 ‘거마을’이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여기 모여서 수레를 타고 고개를 넘는다고, 수레 거자 써서 거마을이라고 불렀답니다.”

하필 올해 지붕에서 떨어져 몸을 다치는 바람에 농사를 크게 짓지도 못하고 영농회 일도 많이 못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효촌2리에는 젊은 사람이 없고 노인들만 많은데 내가 일을 못했습니다. 그나마 군부대가 지원 와서 도와줬어요.”

옆자리의 주민들이 말을 거든다.

“눈 오면 눈치우고 궂은 일 도맡아 하고, 동네에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인데 다쳤어.”

작은 동네 안에서 땅을 지키며 어울려 살아오다 보니 너나 가족이 따로 없다.

“농지가 좋지 못해 그냥 콩이나 고추, 벼 조금 심을 정도지요. 거기에 노고산에서 멧돼지나 고라니 등이 내려와 난리를 떱니다. 얼마 전에는 뿌리 캐 먹는다고 혼자 사는 노인네 장독대를 뒤집어 엎었다니까요.”

지역 발전에 대해서도 신 회장은 초연하다.

“정부에서 하는 것 가지고 할 말 없어요. 다만 효촌초등학교 등 지역 학교를 없애는 것만은 막아주길 바랍니다. 내 모교이면서 지역의 꿈인데….”

신 회장은 효촌리의 발전을 막는 요소로 군 훈련장으로 인한 규제를 든다.

“다니기 편해야지 발전하지요. 효촌리가 양주시에서 땅값이 제일 싸요. 이것저것 불이익이 많습니다.”

그래도 고향인 효촌이 좋다는 신 회장과 마을 사람들. 그들에게 농사는 천직이다.

“다른 생각 없어요. 다만 농사지으며 공부하는 애들 셋 뒷바라지만 할 수 있다면, 하지만 앞으로 농사일 잇겠다는 젊은 사람이 없어요. 이제 우리가 효촌의 마지막 농사꾼일지 모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