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설명회 들을 필요없다”

▲ 심각한 주민들. 18일 한전이 주최한 주민설명회에서 참석 주민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한전의 ‘해명’을 듣고 있다.

한국전력공사가 345kV 신포천~신덕은 송전선로 건설사업을 추진하면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주민설명회가 주민들의 강한 반발과 퇴장으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파행 종결됐다. 이에 따라 주민들과의 공식적인 대화창구는 사라졌으며, 앞으로 공사 강행-저지 대치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11시 양주문예회관에서는 주민 3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전 주최로 제2차 환경영향평가 주민설명회가 개최됐다. 한전은 이날 미리 편집한 20여분 분량의 동영상 설명자료를 방영한 뒤 주민들로부터 질의를 들었다.

주민들은 ▲송전탑으로 인한 경관피해 문제 ▲예산절감을 위한 노선변경 필요성 ▲전자파 피해문제 ▲대북 송전용 의혹 ▲송전탑 대체발전소 건설 여부 ▲실제 소요되는 전력공급량 ▲주민과의 사전협의 부족 ▲군부대 편의위주 공사 ▲사유권 침해문제 등등을 1시간 가량 지적하거나 따져 물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한전측이 “송전탑 공사는 불가피하다”는 요지의 답변을 반복하자 ‘더이상 변명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며 문예회관을 빠져나왔다.

이와 관련 한전측은 “오늘로서 법에 명시된 2차례 주민설명회가 끝났다”며 “앞으로는 대책위원회 또는 시의원 등 지역지도자들과만 협의해 각종 문제 등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주민들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한편, 양주시 관계자는 “이미 시청 각 실과소로부터 송전탑 관련 의견을 취합했다”며 “이와 함께 이달 말까지 주민들로부터 이의제기를 받아 이를 한전에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행”

박노관 한전 서울전력관리처 송전건설부장
박노관 한전 서울전력관리처 송전건설부장은 주민설명회가 끝난 뒤 “더이상 주민설명회는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난달 17일 무산된 설명회와 오늘 설명회로 법으로 규정된 2차례 주민설명회가 모두 끝났다”며 “주민들이 모두 반대하고 있으니 더 이상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상반기쯤 계획을 확정해 공사에 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박부장은 설명회 도중 주민들에게 “중구난방 얘기하지 말고 지도자급들과 상의하면 우리는 그들과 협의하겠다”고 고압적으로 말해 강한 질책을 받기도 했다.

“저지”

양주시 송전탑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주민들은 21일 오후 6시 광적면 축산사무실에 모여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주민들은 가칭 양주시 송전탑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키로 하고, 김재현 광적면 지역개발협의회장을 비대위 위원장으로 선출했다. 또 고정택 남면 송전탑설치반대추진위원장과 구자영 백석읍 홍죽리장, 광적 이현묵씨를 각각 부위원장으로 결정했다.

비대위는 이날 ▲송전탑 반대 주민서명운동 전개 ▲한전측에 주민공청회 요구 ▲12월경 반대집회 개최 등을 결의했다.

얼굴 알리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얼굴 알리기가 분주하다.

주민설명회에서 제일 먼저 질의를 신청한 김성수 한나라당 양주·동두천 운영위원장은 “송전탑이 양주시의 스카이라인을 모두 뒤덮어 경관을 훼손하고 있다”며 “불곡산, 천보산, 감악산 등 양주명산을 파괴하지 말고 지중화 노선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두 번째 질의에 나선 유재원 경기도의회 의원은 “사업비 절감을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또 사유권 침해 문제나 인체 유해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며 “한전의 상업적인 목적에 우리들은 분노한다”고 말했다.

조웅래 남면농협 조합장은 “이번 공사의 목적이 한수이북 전력해소라고 하는데, 양주는 필요없으니 포천에서 파주로 송전탑을 바로 넘게하라”고 소리질렀다.

이종호 양주시의회 의원은 “2001년부터 군부대한테만 협의하고 주민들은 뒷전이었다”며 “우리들을 무시하지 말라”고 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