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시 호계동에 위치한 안전운수는 42대의 택시를 운행 중인 중소규모의 택시회사다. 이 회사 입구에 세워진 구인안내 입간판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문구가 있는데 바로 장애인 모집이다.

실제로 안전운수에 근무하는 72명의 택시 운전사중 16명이 장애인이다.

“2000년쯤인가 서울서 택시를 탔다가 우연히 장애를 가지신 분이 운전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조금만 도와주면 아무런 어려움없이 택시를 운행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고 그 때부터 장애인 택시 운전사를 고용하게 됐다.”

김강순 안전운수 대표이사(59세. 여)가 장애인을 택시운전사로 고용하게 된 계기다. 당시는 김 대표가 안양에 있는 안전운수를 막 인수한 시점으로 김 대표는 그때부터 꾸준히 장애인 택시운전사를 채용해 왔다. 이 회사에는 15년째 근무하는 장애인 택시 운전사도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엔 어려운 사람을 돕는 다는 사회공헌차원에서 시작했는데 함께 일해 보니 장점이 많다.”며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해 회사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회사입장에서 장애인택시 고용은 쉬운 일은 아니다. 일단 장애인에 맞게 택시구조를 개조해야 한다. 주로 하는 개조는 오른 발에 맞춰진 가속페달을 왼 발로 옮기거나, 손으로 브레이크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여기에 1주일 정도 새로운 택시와 장비에 익숙할 수 있게 연수도 실시해야 한다. 회사 입장에서 보면 모두 추가 비용인 셈이다.

차량 고장 문제도 있다. 주행 중 펑크라도 나면 다른 택시기사와 달리 회사 내에서 대기하던 직원들이 고장지점까지 달려가 수리해줘야 한다. 체력문제도 있어서 보통 12시간 주야로 근무교대를 해야 하지만 6~8시간 정도만 일한다. 세차도 직원들이 도와줘야 한다.

김 대표는 이 정도 배려는 회사입장에서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많은 택시업계의 고민 가운데 하나가 운전사 모집인데 장애인 택시운전사가 부족한 인력을 채워주고 있다.”며 “우리 회사도 아직 5대의 택시가 계속 서있다. 사람만 있다면 장애인 택시운전사를 더 고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고민은 올해 경기도가 실시한 장애인 택시운전사양성사업이 상당부분 해결해 줬다. 경기도는 올해 신규 사업으로 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경기도에 주소를 둔 만 20세 이상, 운전경력 1년 이상의 장애인을 택시운전사로 양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사업 참여자에게는 택시면허취득에 필요한 비용과 택시회사 면접 지원은 물론 채용이 확정된 장애인에게는 월 37만 5천 원씩 운행 초기 3개월 사납금 일부도 지원된다.

강윤구 경기도 사회적일자리과장은 “장애인 취업지원 사업의 가장 어려운 점은 취직이 되더라도 사회적응 문제로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라며 “택시는 개인 공간에서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장애인 일자리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속에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강 과장은 또, “장애등급과 관련 없이 운전만 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다.”면서 “장애인 입장에서는 일자리를 얻을 수 있고, 택시회사 입장에서는 부족한 운전사를 충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망한 장애인 일자리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경기도 장애인 택시운전사양성사업에는 올해 88명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48명이 택시면허 취득이나 연수 지원 혜택을 받았다. 이 가운데 현재 취업에 성공한 사람은 23개 업체에 32명이다. 올해 취업목표가 30명 이었는데 3개월 만에 목표를 달성했다. 올해 책정된 1억 원의 예산이 모두 소진돼 지금 신청을 해도 내년이 돼야 지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안전운수는 올해 경기도 장애인 택시운전사양성사업을 통해 7명을 고용했다.

택시운전사로 활동 중인 장애인들의 만족도도 높다. 안전운수에 취업한 지 1달 됐다는 손봉석(58세. 지체3급)씨는 “개인 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뒤 9년 동안 실업자로 지냈다.”면서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표정이 밝아졌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출근하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손 씨는 하루에 8시간 정도 일을 하는 데 아직은 서툴러 15~20명 정도의 손님을 태운다. 사납금 채우고 평균 1~2만 원 정도, 여기에 회사 월급 정도가 수입이 된다. 손 씨는 “선배들이 적어도 1년은 해야 길도 보이고 택시가 손에 익을 것이라고 하는데 도 지원이 3개월 밖에 안 돼 힘들다. 적어도 6개월 정도는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고 건의하기도 했다.

인쇄업에 종사하던 김태혁(45세. 신장2급) 씨는 택시가 가장 적합한 일자리여서 일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하루 10시간 정도 복막투석을 받아야 하고, 체력도 약해서 받아주는 곳이 없었다.”면서 “하루 6~7시간만 일을 하면 돼 택시를 선택했다. 집에서 쉴 때 보다 활력이 생겨 좋다.”고 말했다. 택시운전사로 일하다 사고를 장애를 입었지만 안전운수에서 다시 운전대를 잡은 김중호(58세. 지체2급)씨는 “택시비를 안내고 도망가는 사람이 있어도 잡을 수가 없어 손해를 보기도 했다.”면서 “장애인 택시운전사에게는 회사는 물론 공공의 배려가 굉장히 중요하다. 계속해서 일을 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경기도는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 내년부터 도 지원을 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김 대표와 3명의 장애인 택시운전사는 모두 “시도해 보라”고 입을 모았다. 사업주는 사업주대로, 장애인은 장애인대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도전해 볼만한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