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혈병으로 투병 중인 RH- A형의 40대 남성환자가 동일혈액형을 가지고 군 복무 중인 한 병사의 도움으로 위험한 고비를 넘긴 사실이 알려져 화제다. 육군 제 72보병사단 전차중대 손호준 병장이 바로 그 주인공.

지난 10일 오전, 손 병장이 근무하는 부대로 한 통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사단법인 소아암협회에서 봉사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형씨로부터의 RH- A형 긴급 혈액요청이었다. 강남성모병원에서 백혈병으로 골수이익을 받고 항암치료 중이던 40대 남성이 갑자기 혈액 부족으로 위급한 상황에 처하자 환자와 동일혈액형인 손 병장에게 헌혈을 요청했던 것.

RH- A형은 국민 1000명당 1명꼴로 매우 희귀한 혈액형이다. 환자의 위급한 상황을 전해들은 손 병장은 즉각 부대의 조치를 받고 부대 인근의 혈액원에 가서 혈소판 헌혈에 임했다.

RH-형 헌혈은 일반헌혈과 다르게 혈소판 헌혈을 실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장비를 갖추고 있는 곳에서만 헌혈할 수 있고, 일반 헌혈보다 서너 배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또한 3일 이상 장기 보관이 안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손 병장이 이재형 단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가 고등학생이던 지난 2004년. 평소 어린이들을 좋아했던 손 병장은 인터넷 서핑을 통해 소아암협회의 봉사단에 가입했고, 그 후 수 차례 응급 환자들의 생명을 구했다. 고 3 수험생이던 시절에도 긴급헌혈 요청을 받으면 수업도 마다하고 한 걸음에 달려가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려냈다.

이재형 단장은 “손 병장과의 인연은 오래되었지만 그간 전화 통화만 했을 뿐 한 번도 얼굴을 본 적도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급한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거절하지 않고 내 일처럼 두 발 벗고 나서준 손 병장을 보면 더없이 든든할 뿐”이라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오는 5월, 전역을 앞두고 있는 손 병장은 “조금의 수고로움을 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며  “앞으로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있다면 언제라도 헌혈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