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광(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명예교수).

1. 들어가는 말

월정(月汀) 윤근수(尹根壽1 537~1616)는 선조 때 관료로 활약했던 인물로서 종계변무(宗系辨誣)의 공으로 광국공신 1등관에, 임진왜란 시 호성한 공로로 호성공신 2등관에 책록되는 등 두 차례에 걸쳐 공신이 된 중요한 인물이다. 당대와 오늘날 정치적 판단 기준에는 차이가 있지만, 동시대인들의 그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과 문헌에 입각하여 그의 생애를 검토해 보면, ‘목릉지제(穆陵之際)’ 혹은 ‘목릉지세(穆陵之世)’에 본격적으로 활동했던 조선중기의 인물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1980년대 이래 조선시대사 연구는 괄목할만한 진척을 이루었지만, 목릉지세에 대한 연구는 공백으로 남아있다. 윤근수는 목릉지제에 활동했던 대표적 인물 가운데 하나였으므로 그에 대한 객관적 연구는 조선중기의 역사를 밝히는 작업의 일환이 된다.

2. 인물사연구의 중요성

역사의 구성요소에는 시간, 장소, 인간이 있다. 이 가운데 사건을 만들고 전개시키는 과정에서 인간이 드러낸 사고와 행위가 가장 중요한 요소이며, 인물 연구를 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조망하는 규명작업이 가능하고, 특정시대를 풍미했던 한 인물에 대한 올바른 인식은 그 시대를 이해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조선 중기 관료지식인 윤근수도 주변인들과 관계를 통해 행정이나 외교 업무를 진행했다. 문필활동도 당시 사회를 떠나서는 생각하기 어려우며, 혈연적 연계를 통해 양반가문의 특권을 누리는 등 인간관계로 모든 업적이 이루어졌다. 그동안 윤근수에 대한 연구는 한문학계를 중심으로 문풍과 문장론 등이 진행되었고, 종계변무와 관련된 명과의 교섭이 주목을 받았다.

이제 종계변무가 당시 조정에서 차지한 비중과 윤근수의 구체적 노력과정을 밝히는 작업으로 종계변무가 발생시킨 사건의 중요성을 당대적 안목으로 정리해야 한다. 또 윤근수의 생애와 사회적 연결망을 통혼권과 더불어 학맥으로 자세히 밝혀야 한다. 윤근수의 임란승전 논리는 당시 지배층과 지성계에서 인정되고 있었기에 정신적 근거와 논리의 연장선으로 주목하면 17세기 조선의 정치사상의 이해와 전쟁사 연구도 가능해진다.

3. 월정 윤근수 연구의 방향

우리 역사에서 주요 인물이 가장 많이 나온 시대로 선조대를 꼽는다. 후대에서는 이 시기를 주목하여 ‘목릉성제’ 혹은 ‘목릉성세’라고 불렀다. 그러나 인물 연구에 있어서 윤근수에 대한 직접적이고 전문적인 연구는 문학분야에 치우쳐 있으며, 이는 조선시대사를 규정하고 해석하는 데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월정집』 등 저작과 실록 등 당대 연대기를 함께 검토하고, 형 윤두수를 비롯한 문우 및 동시대 인물의 문집에 나타난 윤근수 자료를 발췌하여 엮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학문적인 연보 작성으로 윤근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면 16세기말과 17세기 초엽 조선왕조의 정치사, 사상사, 지성사, 어문학사 등을 통해 조선중기의 여러 문제에 상당한 해답을 구할 수 있다. 윤근수는 조선중기의 조정과 문단에 큰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다. 그에 관한 문학사적 연구는 당시 정치와 사회에 연관을 맺으며 진행될 수 있고, 이 연구를 통해 역사적 존재와 역할에 관한 새로운 인식을 가질 수 있다.

4. 나가는 말

일반적으로 조선왕조가 취한 문존무비 정책 때문에 문약한 사회로 흘렀고, 임진왜란을 자초했다고 말한다. 근거 없는 바는 아니지만 임진왜란을 극복하는 데에도 문을 숭상하는 사족들의 힘이 컸다. 윤근수는 이러한 사족 가운데 중요한 인물이다.

이에 선조 사후 묘호를 정할 때 종(宗)이 아닌 조(祖)를 주장했고, 이러한 자세에서 임진왜란에 대한 당시 지배층이 가진 인식의 실상을 이해할 수 있다. 윤근수는 이러한 시대 규정에 깊이 간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가 임진왜란에 대해서 내린 규정은 이후 노론의 정통학설이었던 척사론적 대내외 인식의 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