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부대 철수 때 병행 신축” 날벼락 맞자
지구단위계획 용역대행…교통영향평가까지

의정부민자역사는 제2의 광주시 오포 아파트 비리의혹이 될 것인가.

의정부시가 신세계의정부역사(주)가 지난 6월말 신청한 의정부민자역사 건축허가를 재래시장 상인들의 눈치를 보며 차일피일 미루다 이달 8일 반려했으나 사실은 그동안 상당한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

밀착방어인가 밀월관계인가=의정부역사(주)는 의정부민자역사를 신축하기 위해 2003년 9월 40장 분량의 교통영향평가서를 의정부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시는 그해 11월 ‘민자역사는 미군부대(캠프 홀링워터) 이전 시기(2010년)와 병행하여 시행하고, 특히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하여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검토의견서를 경기도와 의정부역사(주)에 각각 통보했다. 민자역사 추진을 위해 신세계와 철도청이 신세계의정부역사(주)를 출범(2002년 12월10일)한 지 1년 뒤에 나온 ‘날벼락’ 같은 의견이었다. 민자역사 계획이 상당히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의정부역사(주)는 시청을 밀착 방어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신세계 사람들이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로 매일 찾아왔다”며 “매일 우리와 대책회의 비슷한 것을 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의정부역사(주)는 “어떻게든 일을 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검토의견서가 제출된 다음날부터 교통영향평가를 제대로 받기 위해 시와 신세계가 심도있게 협의했으며, 협의된 안을 경기도에 올렸다”고 말했다.

경기도가 말하는 진실=경기도 교통영향평가 관계자에 따르면 “할인점이 들어갈 위치가 전혀 아닌데 신세계가 무리를 했다”며 “우리는 2003년 11월 의정부시의 검토의견서를 반영하기 위해 ‘미군부대 이전에 따른 의정부시의 단계별 종합계획을 확인하고 이에 맞는 교통대책을 수립하라’고 심의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이어 “어떻게 된 일인지 2004년 7월8일자 의정부시 주택과 7775번 공문에서는 ‘민자역사 신축을 위해 미군부대 이전에 대비하여 의정부역 역세권 제1종 지구단위계획안을 지정·입안하오니 검토해달라’는 의견을 보내 4번째 심의에서 교통영향평가를 승인해줬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고백했다. 관계자는 “4번이나 교통영향평가를 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며 “시가 민자역사를 불허하려다 승인해준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해못할 협약=이처럼 밀월 또는 협력관계를 유지해 온 시와 의정부역사(주)는 올 2월 김문원 의정부시장과 강준호 신세계의정부역사(주) 대표이사 명의로 의정부역 역세권 제1종 지구단위계획 사업시행협약서를 체결했다. 이 협약서에 따르면 의정부역사(주)가 돈과 기술을 제공해 캠프 홀링워터 이전에 따른 지구단위계획 연구용역을 대행해준다는 것이다. 특히 기술지원 내용에는 교통영향평가서까지 작성해주는 것으로 되어 있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신세계가 제안한 협약서”라며 “원래 교통영향평가는 필요한 업체(사업시행 업체)가 해주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기도나 다른 시군 관계자들은 “건교부에 등록된 평가대행기관이 하는 게 맞다”며 “자기들 필요한 사업에 자기들 기술로 교통영향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건축허가 신청 반려=시가 지난 8일 의회 건의안, 재래시장 상인들의 반대, 교통문제 등을 이유로 의정부역사(주)의 건축허가 신청을 반려한 것은 선거를 앞둔 표리부동이라는 지적이다. 시는 같은 날 도시계획시설사업 사업시행자 지정 및 실시계획 인가도 반려했다. 시 관계자는 “법적으로 전혀 문제될 것은 없다”고 시인했다. 의정부역사(주)가 행정소송을 걸면 질 게 뻔하다고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시가 건축허가를 반려함에 따라 12월초 주민들에게 공람을 할 계획이었던 의정부역 역세권 제1종 지구단위계획도 대폭 수정되어야 할 처지다. 이래 저래 의정부시가 혼란의 도가니에 빠져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