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지난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의 주문을 낭독하는 순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전율이 흘렀다. 최순실 게이트로 폭발한 민심은 헌정 사상 처음으로 탄핵 절차를 거쳐 박 대통령을 파면으로 이끌었지만 만감이 교차하기도 했다.
본인은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 새누리당 의정부갑 선대본부장을 맡아 불철주야 선거운동에 매진했고, 유난히 추웠던 2012년 겨울, 새누리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대선 승리가 확정되던 그날 본인은 의정부의 한 포장마차에서 그동안 고생해준 당원들과 함께 소주잔을 부딪히며 기쁨에 젖어 만세삼창을 외쳤던 기억이 떠오른다.
최고 권력자 박근혜!
지난해 여론조사 결과 80%가 넘는 국민이 박근혜 탄핵을 찬성했고, 연인원 1천500만명이 손에 촛불을 들고 거리로 쏟아져 나왔지만, 그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그는 셀 수 없이 쏟아져 나오는 증언과 언론보도에도 사죄하고 반성하기보다는 구중궁궐에 앉아 모르쇠로 일관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그는 “억울하다. 검찰의 어떤 조사도 받겠다”고 약속했음에도 특검 조사는 물론 헌재의 출석요구도 불응하며 사법부를 농락했다. 이도 모자라 친박단체 시위를 부추겨 침몰하는 대한민국호를 더 큰 격랑 속으로 밀어 넣으며 국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결국 박근혜는 대한민국 역사상 파면된 첫 대통령이란 불명예를 안게 됐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한 사람으로서 부끄럽게 생각하며 국민들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지금까지 보여준 박근혜의 행동을 보면 아무리 아집과 독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라도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석고대죄는 못해도 ‘잘못했다’는 말 한마디는 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청와대에서 사저로 이동하면서도 반성의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국민을 우롱하듯 차에서 당당히 내려 지지자들의 환영을 받으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공분을 샀다.
국민들은 알고 있다. 박근혜와 함께 국정을 농단한 공범들을 말이다. 박근혜 정권 4년 동안 친박이라는 세력은 사회 구석구석 독버섯처럼 퍼져 국민통합이 아닌 분열을 조장했다. 이제라도 국민통합이 절실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박근혜의 호위무사들이 활개 치는 세상에서의 국민통합은 불투명하다. 이들이 존재하는 이상 이런 사태는 또 발생할 것이고 그 때는 정말 수습할 수 없는 위기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엄벌이 필요하다. 과거 친일파를 처단하지 못해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지 못했던 과오를 되새기면서 그런 민족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박근혜 잔당을 소탕해야 한다.
박근혜를 ‘누님’이라 칭하며 국정농단의 한 축이었던 친박 호위무사들에게 한마디 한다. 그대들이 박근혜를 주군으로 모시며 범법행위를 저질렀는지 여부는 모르겠지만, 그의 곁에서 호가호위(狐假虎威)했다는 것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다. 때문에 그대들은 파면당한 주군을 호위할 것이 아니라 주군을 파면으로 이끈 원인에 대해 최소한의 도덕적 책임을 지는 것이 마땅하다.
조선시대 세종대왕부터 연산군까지 7명의 왕을 모셨던 환관 김처선은 연산군에게 직언을 하다 처참하게 생을 마감했다. “이 늙은 몸이 여러 왕을 모셨고, 경서와 서사를 대강 아옵니다만 고금에 임금처럼 막가는 행동을 하는 임금은 없었습니다.” 그대들이 진정한 충신(?)이라면 직언을 못한 책임을 지고 왼쪽 가슴에 붙은 의원 배지 정도는 떼는 것이 주군에 대한 도리는 아닌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