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었다. 차분하고 평화로운 촛불집회에서 시작해 대통령 선거까지 명예롭고 평화롭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준 대한민국 국민의 승리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대통령이 없는 다섯 달 동안 국가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주권자인 국민이 중심을 잡아주었기 때문이다. 자칫 혼란으로 빠져들 수 있는 환경 속에서도 끈기와 인내심을 보여준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
이제 새 정부는 국민이 만들어주신 희망을 현실로 만들어야 한다. 이 시대의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지난 10여년 간 우리 국민은 좌절과 절망을 겪었다.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듯이 아무리 노력해도 삶은 나아지지 않고, 우리 아이들마저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세상, 기회의 사다리가 놓여 있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지는 것이 새 정부의 핵심 과제이다.
새 정부가 짊어진 과제와 책임은 막중하지만 대내외적 여건은 호의적이지 않다. G2시대가 도래하며 미중 간 갈등은 점차 커질 것이 예상되는 가운데, 우리는 양강 사이에서 줄을 타며 북핵 위기를 풀고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 속에서 해묵은 개혁과제도 하나씩 풀어나가야 한다.
특히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못한다면 우리 경제는 미래를 열지 못하고 점차 수렁에 빠져들 것이다. 지금의 경제체제는 산업화 시대에 형성되었다. 추격자로서 단기간에 압축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재벌에게 부를 몰아주었지만, 이렇게 형성된 구체제는 대한민국이 경제적 선도국으로 도약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고 있다.
지금의 재벌 중심 경제체제로는 혁신적 성장이나 4차 산업혁명의 선도,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없다. 재벌개혁 없이는 구조적 저성장과 불균형 성장의 늪 속으로 더욱 가라앉을 것이다.
공고한 기득권으로 자리 잡은 정치, 사법, 언론 등 권력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공정하고 통합된 대한민국을 만들 수 없다.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정치체제를 만들고, 신뢰할 수 있는 사법과 언론으로 재탄생해야 대한민국호가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다. 이 모든 과제가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없는 어려운 과제이지만 골든타임을 놓칠 수 없는 개혁과제이다.
대내외적 위기 속에 새 정부의 성패는 정치력에 달려 있다. 브렉시트나 트럼프 현상과 같이 전세계적으로 정치의 위기가 벌어지고 있다. 기성 정치권이 국민과 괴리되었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다.
새 정부는 무엇보다 국민과 끊임 없이 소통하며 주권자인 국민을 믿고 나아가야 한다. 안정과 개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조기 대선을 국민이 열었다는 사실, 우리 당이 잘 해서가 아니라 덜 못해서 집권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다면 여소야대의 조건 속에서도 안정적 개혁의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