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구할머니는 우리나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유명한 여신이다. 노구할머니, 노구할미, 마고할미, 마귀할미 등으로 불리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냈고, 신의 힘으로 땅을 만들거나 성을 쌓고, 골짜기를 판다던지, 바닷가의 큰 바위를 옮기고, 때로는 섬을 만든 이야기도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2012년 1월에 양주시 남면을 조사할 때, 경신리에 거주하는 주민 허영이 씨가 행주치마로 큰 돌을 옮겨서 성을 쌓은 노고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구술했고, 이 이야기는 <한국구비문학대계>에 양주지역 설화로 기록되어 있다.
가래비 삼거리에서 서쪽으로 보면 미군부대가 있었는데, 그쪽 산꼭대기에 큰 돌을 이용해서 둥그렇게 쌓은 성이 있었다. 그 성이 노고성이고, 노고성이 있는 산이 노고산이다.
옛날에 산 위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아주 큰 돌을 날라서 거기에 성을 쌓았다. 그런데 그 사람이 그냥 사람이 아니라 노고할머니라고, 엄청난 장수였다.
그 할머니 장수가 큰 돌을 행주치마에 싸서 하나씩 날라서는 성을 쌓았는데, 그 돌을 하나만 들려고 해도 큰 돌은 장정 이십 명이 아니라 삼십 명이 붙어도 움직이지 못한다고 한다. 할머니도 장사였지만 행주치마도도 보통 질긴 옷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노고할머니가 이 지역의 여신이고, 여신이 입고 있는 옷이니 큰 돌도 거뜬히 날랐을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노고할머니가 쌓은 성이 노고성뿐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구술자는 노고산에는 노고성이 있고, 양주 읍내에 또 성이 있고, 적성에 가도 성이 있었다고 전하는 것으로 보아 규모가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더구나 옛날에 전쟁을 하면 나무를 베어서 성 위에 쌓아 불을 피워 봉화로도 사용했다고 하니 근거 없는 말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전쟁이 난 이후에 미군이 들어와 자기들이 머물 구역을 만들려고 했는데,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얼마나 중요한 유산인지 신경이나 썼을까? 미군이 산을 깎아 미사일부대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때 성의 돌을 모조리 치우고 헐어서 그 땅을 썼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여신 노고할머니가 일일이 앞치마로 돌을 날라서 만든 그 엄청난 성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노고성을 쌓는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이야기가 전해진다. 아주 오래 전에는 파주에는 거머리가 많고 양주에는 게가 많았다고 한다. 노고할머니가 돌 주워와 성을 쌓다가, 파주에 돌을 주우러 갔는데 소변이 마려웠다. 앉아서 일을 보려니까 뭐가 자꾸 뜨끔하고 물었다. 그걸 떼어보니 거머리였다.
노고할머니는 “옛다! 넌 여기 살지 말고 저리 가서 살아라!”하면서 양주로 던져버리니 양주에 거머리가 많아졌다. 또 양주에 와서 소변보다가 뭐가 찔러서 떼어보니까 게였다. 노구할머니가 “넌 저 너머 가서 살아라!”하고 던져버리니 양주 지역에는 거머리가 많고 파주 지역에는 게가 많다고 한다.
지금도 양주에는 거머리가 많고, 파주에는 게가 많은지 모르겠지만, 노고할머니가 만든 것들이 오늘 우리에게 많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남아 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있는 이야기들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빨리 찾아내어 양주 지역의 풍성한 문화유산으로 살려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