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 열받게 하는 방법 등
“직원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 전용 별장을 만듭시다.” “전직원에게 한달간 유럽 해외연수를 보냅시다.” “토지보상금을 두배로 줍시다.”

의정부시는 지난달 29일 시청 대강당에서 시 공무원 9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일 못하고 짜증나는 의정부시 만들기’라는 도발적 주제로 이색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시를 ‘망하게’ 하는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거꾸로 생각하는 자세가 혁신의 열쇠라는 취지에서다. 나랏돈 펑펑 쓰기, 불필요한 일 늘리는 방법, 민원인 열받게 하는 방법, 동료에게 왕따 당하는 법, 상사에게 찍히는 법, 부하 직원에게 욕먹는 법 등 6개 분야로 나눠 토론이 진행됐다.

‘일거리 늘리는 방법’ 분임은 전화나 메일은 무시하라, 정보가 공유되는 통로는 오직 얼굴을 맞대는 회의 뿐이다, 전자 문서는 믿을 수 없다, 반드시 수기(手記) 문서를 첨부하라는 등의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은 멀리하라는 대안이 제시됐다.

‘민원인 열받게 하는 방법’ 분임은 일단 민원인 시선을 외면하라, 한번 쳐다보고 다시 머리를 숙이고 일하는 척 하라, 아무개 부서가 어디냐는 질문에 턱으로 가리키라, 쓸데없는 서류를 요구하라, 동문서답, 점심시간 핑계로 돌려보내기, 고압적 자세, 전화 대충 돌려주기 등이 제시됐다.

‘동료에게 왕따 당하는 방법’ 분임은 쓸데없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했다가 나중에 문제가 생겨 윗분이나 동료들의 불평을 들었던 교훈을 잊지 말자, 결재 문서 내용보다 띄어쓰기나 맞춤법에 신경쓰자 등의 내용이 나왔다.

‘부하직원에게 욕먹는 방법’ 분임은 성과는 자기 것 책임은 부하가, 사적인 감정은 부하직원에게 푼다, 업무지시는 퇴근 10분전 결과는 내일 아침까지, 업무는 재촉하고 결재는 느리게, 보고서는 무조건 10장 이상, 오전에 신문보고 오후에 낮잠으로 시간 때우기 등의 노하우가 공개됐다.

‘나랏돈 낭비 방법’으로는 관공서를 호텔급으로 리모델링하기, 예산책정 없이 무턱대고 사업 벌이기, 공무원 29박30일 해외여행 보내기 등의 방안이 속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정부시를 사치, 소비성 도시로 지정하자”는 ‘묘책’을 내놓은 ‘나랏돈 펑펑’ 분임이 1등을 차지했다.
토론회를 준비한 시 관계자는 "직원들이 시를 망하게 하는 방법을 얘기하며 이렇게 하면 안되는구나 하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것이 이번 토론회 의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