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철미술관은 올해 다섯 번째 전시로 박혜원 작가의 개인전을 11월3일(토)부터 11월25일(일)까지 개최한다.

박혜원 작가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실, 자투리 천, 바늘 등의 주변 재료를 이용해 ‘모든 것을 연결하고 포용’하는 이미지를 표현해낸다. 작가에게 바느질 작업은 가장 진실하고 순수한 표현을 찾는 진지한 고민 끝에 선택한 표현 매체이다.

“한 땀 한 땀 바느질한 실과 천이 만나 아름다운 화면을 만들어내듯이, 미비해 보이는 한 여인의 발자취는 수많은 이야기와 얽히며 화려하고 장엄한 드라마를 연출해낸다. 이는 화면 한끝에서 시작되어 반대 방향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線)’으로 표현된다. 삶에서의 시련, 고통 그리고 기쁨의 순간들은 중간중간 일어나는 실의 엉킴, 매듭, 충돌 그리고 폭발 등의 다양한 형태로 드러나고, 이 미비한 극적 사건들은 화면 전체 구성에서 바탕이자 구조를 형성해준다. 이같이 인생의 쓰라린 아픔을 겪으며 더욱 성숙해진 사랑을 배우며 단단해진다. 나에게 이는 묵묵히 가정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헌신하는 ‘어머니’ 그리고 ‘성모’의 모습을 연상시켜준다.”

전 문화부 장관 이어령(1934- ) 선생이 여성이 다루는 “실과 바늘은 갈등을 봉합하는 힘”을 갖고 있다고 하였다. 얼핏 보기에는 파괴력을 지닌 ‘칼’과 ‘폭력’의 힘이 강해 보이지만, 진정한 힘은 포용, 봉합, 소통 그리고 흩어진 것들 간의 조화를 꾀하는 ‘바늘과 실’에 있다고 하였다.

또한 전 서강대 철학과 교수 박갑성(1915-2009)은 “여성은 자연계를 대표하는 초자연의 그늘이다. 여성은 소극적인 것은 자연 속에 머물지만, 초자연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원리이며 ‘바탕’이다. 초자연에 대해서 침묵보다 더 적극적인 것은 자연 속에 없다. 침묵은 여성의 상징이고 모성의 원리이다.”라고도 하였다.

작가는 이번 작업의 주제 ‘자투리(Zatturi)’를 통해 한때 보잘것없던 천 조각들이 서로 의지하며 어우러져 새로운 조화를 형성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각자의 버거운 짐을 지고 걸어가는 ‘자투리’ 인생들의 이야기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신작을 포함하여 2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며, 별도의 오프닝 행사는 없다(화요일 ~ 일요일/ 매주 월요일 휴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