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생계비를 빼돌리고, 연고가 있는 장애인을 무연고자로 둔갑시켜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가로챘다. 평생요양조건으로 400~1천만원의 계약금을 받아 챙기고, 거기에다 이상하게도 전 재단 이사장 소유 23평 집에는 시설보호자 400여명이 동거인으로 등록돼 있다….’
양주시 한 정신요양병원에서 발생한 이해못할 사건들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13일 사회복지재단인 성람재단이 시설을 운영하면서 5년에 걸쳐 국고보조금(환자생계비)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전 이사장인 조모씨를 구속했다. 성람재단 산하 시설은 양주시 장흥면에 있는 서울정신요양병원과 송추정신병원 등 13개로, 경기경찰청이 횡령혐의를 발견한 곳은 서울정신요양병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 최대규모인 서울정신요양병원은 2003년 성람재단 노조 결성으로 비리가 폭로되기 시작했다. 같은 해 성람재단 노조와 의정부시민단체들이 모여 ‘장애인 인권회복, 성람 비리재단 퇴진과 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했고, 2004년 7월 ‘과실치사, 사기, 횡령, 사문서 위조 및 사회복지사업법 위반혐의’ 등을 이유로 전 이사장 조씨와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검은 동대문경찰서가 2004년 12월29일 ‘노사 마찰로 발생한 문제로 반증할 만한 자료가 없다’는 의견서를 넘긴 바로 다음날인 12월30일 불기소처분결정을 내려 수사의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검찰은 이어 2005년 4월27일 경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가 조씨를 횡령혐의(23억원)로 긴급체포했지만, 다른 횡령사건과는 달리 검찰이 구속영장조차 청구하지 않아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다른 한편에서는 성람재단과 검찰의 유착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번 조 전 이사장 구속은 경기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가 요양원생 성폭행 사건을 조사하면서 촉발됐다. 성폭행 피해자가 연고가 있음에도 무연고자로 관리되고 있는 점을 발견한 뒤, 생활보호대상자로 전환시켜 정부보조금을 타낸 것을 확인하고 금융거래 분석 등을 통해 비자금 계좌를 찾아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조 전 이사장과 서울정신요양원 등 4개 요양원 원장 및 간부들은 국가에서 지원된 환자생계비를 거래업체와 짜고 허위계산서를 만들어 차액을 챙긴 후 각 시설별로 발견하기 어려운 비자금 통장을 만들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강당 증축공사 등 기능보강사업을 시행하며 비자금으로 공사비를 선 지급했음에도 마치 공사를 시작하는 것처럼 꾸며 국가보조금을 타내는 등 횡령을 일삼았다.
조씨는 횡령한 돈을 부동산에 투자하는 등 개인 자산을 늘리고 가족 생활비, 자녀 해외유학비 등에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올해 5월9일자로 이사장직을 사퇴했지만 인권단체 연석회의 등 4개 단체는 “이사장 권한대행으로 친구인 심모씨를 내세우고 큰 아들을 이사로 취임시키는 등 여전히 실질적 운영권력을 가지고 있어 법인이 아들에게 세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번 23억원 횡령혐의는 서울정신요양원 한 곳에서 발견된 것으로, 재단 산하 13개 시설 원장과 경리 등의 주요 요직에 조 전 이사장의 조카 등 친인척이 배치된 만큼 다른 시설의 횡령 여부도 배제할 수 없어 수사 확대가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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