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학은 송대에 성리학으로 발전했다. 송대 주희는 성리학을 집대성한 인물이다. 그는 인간과 사회, 인간과 우주가 이(理)라는 보편적 원리에 의해 하나로 묶여 있다고 주장했다.
한 마디로 인간의 본성인 성(性)이 곧 우주의 원리인데, 인간의 본성은 후천적인 습관 등에 의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실천적인 수행을 통해 본성을 회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이를 위해 거경궁리와 격물치지를 방법으로 제시했다.
주희의 성리학은 고려의 신진사대부에게 혁명적인 영향을 줬다. 특히 훗날 조선의 건국 주체세력이 된 신진사대부는 성리학을 금과옥조로 삼았다. 그러나 대의명분론에 입각한 조선의 성리학은 현실 문제를 도외시하는 폐단을 낳았다. 사농공상의 폐쇄적인 신분질서도 성리학의 영향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편, 명대에는 학문적인 탐구를 중시하는 주자의 성리학을 비판하는 학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개인적인 수행과 실천을 강조하는 양명학을 주장했고, 성리학의 대안으로 부상했다. 명나라는 유학의 새로운 해법으로 양명학을 제시했고, 이를 수용했다.
하지만 조선의 지식인들은 성리학을 더욱 숭배했고, 오히려 주자의 의견에 이견을 달면 사문난적으로 몰아 극형에 처하는 등 교조주의의 늪에 빠졌다. 결국 성리학의 나라 조선은 서구 과학문명도 도외시하며 근대화의 길을 스스로 포기했고, 아시아 최초로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최근 대한민국은 다시 사농공상의 신분질서로 회귀하는 모양새다. 시장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 현장을 지배하는 상황이 펼쳐져 수출과 고용시장, 부동산 시장에 대혼란이 속출하고 있다. 현장을 무시한 각종 경제정책 실험으로 시장의 경고등이 발동한 것이다.
현 집권세력은 무오류성의 착각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도덕적 우월감은 모든 비판을 압도하며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나라’로 질주하고 있다. 조선의 사림들이 성리학의 교조화로 반대세력을 사문난적으로 몰아갔듯이 말이다. 시장을 이기는 이론은 없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