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망국은 세도정치라는 막장 드라마가 펼쳐지면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김조순은 정조의 총애를 받아 순조의 장인이 됐다. 개혁 군주로 칭송받는 정조의 사돈 선택이 조선의 비극을 자초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는 어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김조순은 순조가 즉위하고 안동 김씨 천하를 열었다. 한국역사연구회가 편찬한 ‘조선 정치사 1800~1863 상·하’에 따르면 조선 최고의 권부 비변사 고위 관료 수는 안동 김씨가 31명으로 최다 인원을 자랑한다. 심지어 왕족인 전주 이씨 가문 15명의 두 배를 상회한다. 당시 안동 김씨의 정치 라이벌 풍양 조씨도 16명이나 된다. 같은 기간 문과 합격자 수도 안동 김씨가 65명, 풍양 조씨가 49명이다.
특정 가문이 권력을 독점하니 매관매직 같은 국정문란이 판을 쳤다. 혈연, 지연 등 연고주의가 만연했고, 돈으로 권력을 산 탐관오리들은 본전을 뽑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백성을 수탈하는 데 집중했다. 당시 조선은 ‘이게 나라냐?’라는 자조 의식이 지배했다.
백성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게 되자 홍경래의 난과 임술농민봉기로 표출됐다. 한 때 광화문을 지배했던 조선판 촛불민심이 터져나온 셈이다. 하지만 세도정치가들은 백성의 분노를 이해하기 보다는 군대를 동원해 짓밟았다. 수많은 백성이 희생됐고, 근대화에 성공한 일본은 조선을 침략의 희생양으로 삼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정세균 전 국회의장을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했다. 헌정 사상 최초로 서열 2위 국회의장 출신이 서열 5위 국무총리로 하향 임명된 사례다. 입법부 수장이 행정부 2인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삼권분립의 심각한 훼손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정세균 후보자는 현직 이낙연 총리와 같은 호남 출신이다. 우리 현대 정치사의 비극은 특정 인맥의 권력 독점이라는 데서 출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군부 정권의 TK 독식, 문민정부의 PK 독식, 국민의 정부의 MK 독식, 노무현 정부의 친노 내각, 이명박 정부의 고소영 내각, 박근혜 정부의 성시경 내각 등 특정 인맥의 독점은 모든 정권의 비극적 최후를 초래했다.
문 대통령은 이번 총리 지명의 목적을 경제회복과 국민통합에 방점을 찍었다고 하지만 특정 인맥의 권력독점이라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인사(人事)가 망사(亡사(事)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