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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복-2
소설가 김실의 쌍기통 코너
  2006-06-23 15:03:00 입력
어쨌거나 김가다는 넥타이를 맨 목 언저리에서 쥐가 올라오는 느낌이었고 등줄기에서 바퀴벌레라도 스멀스멀 기어다니는 느낌이었다. TV에서 흔히 보아왔던 내노라는 연예인들이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고 소위 VIP들이 경비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예약된 자리에 앉기 시작했다. 아내의 말마따나 김가다가 양복을 입지 않고 항시 하고 다니던 차림으로 왔더라면 틀림없이 괴물 취급 받았을 것이 틀림없었다.

“양복을 잘 입고 왔구먼...”
아무리 양복이 입기 싫었어도 친구의 체면을 생각해서는 잘한 일이라고 내심 다행스레 생각했다. 그 때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여자 동창생 하나가 툭 던져오는 말에 깜짝 놀란 김가다가 그녀를 물끄러미 건네다 보며 눈을 몇 번 깜박거렸다. 학창시절부터 부지꾼으로 상대방의 기분을 죽 쒀 주는데는 도꼭지로 소문난 친구였다.

“야, 넌 우리 아들 결혼할 땐 꼭 노숙자 차림으로 왔었잖아. 차태현이 장가가는 날엔 아주 쏙 빼입고 왔네? 사람 차별도 꼭 그딴 식으로 하면 안 되지.”
“........”

그 말을 아내가 들었는 모양인지 순간 아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지고 있는 것을 김가다가 재빨리 눈치챘지만 김가다는 마른 기침만 몇 번 내어뱉고 잠자코 주례사를 이어가고 있는 정근모 박사 쪽에다 시선을 보내어 놓고 있었다. 그녀가 또 던지럽게 주둥아리를 놀렸다.

“너 우리네 결혼식 때는 부부동반 일절 없었잖아. 근데 오늘은 역시 스페셜이네. 마누라까지 정장을 하고 대동하고 말이지.”
“.......”
“아쉽다! 우리 아들놈도 일찌감치 연예인이나 시킬걸. 그럼 사람 대우 제대로 받고 살텐데. 아쉽네 진짜...”

옆에 앉았던 친구가 김가다를 향해 한쪽 눈을 찡긋했지만 이미 김가다의 기분은 엉망으로 구겨진 뒤였다. 울근불근 울뚝밸이 치솟아 오름을 참아내기가 여간 힘들지 않았다. 그녀가 또 한마디 던져왔다.
“양복 그거 기성복 아냐? 메이컨 메이커냐?”
“........!”

아내의 얼굴을 건너다보니 아내는 이미 형편없이 참담해진 모습이었다. 모름지기 지금 이 순간 아내는 남편이 양복을 입고가야 한다고 고집을 부렸던 것을 몹시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야, 술 끊었다구? 치잇, 개가 똥을 참는다 그래라 칫!”
“......”

일단 동두천에 있는 아내의 한복 의상실로 돌아오는 승용차 속에서 김가다는 바위를 삼킨 듯 한마디도 않았다. 아내 역시 한마디도 입술을 떼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이 해 입힌 한복이 예쁘다고 칭찬을 많이 들어서인지 그나마 김가다 보다는 기분이 덜한 듯 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남편을 내려다보며 아내가 물 먹은듯한 목소리로 조그맣게 속삭였다.

“은혜아빠, 당신 앞으로는 절대 양복 입지 말아요 응?”

아내의 그 말 한마디에 가슴이 쑥대밭이었던 김가다의 입가에 한줄기 미소가 반짝하고 빛을 발했다. 오래지 않아 두 사람의 숨소리가 방안을 포근하게 울리고 있었다.

“고로롱…고로롱…”
“쿨쿨…쿨쿨…”
<끝>
2006-06-23 15:03:00 수정 경기북부시민신문(hotnews24@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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