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피고인들의 행위는 개종권유를 넘어선 개종강요에 해당”
피해자 “8년간의 법정투쟁 일단락에 눈물…하지만 지금이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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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병원 피해자 인권찾기 모임 정백향 대표(오른쪽)가 의정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는 모습. |
대법원 제3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특정교단 신도들을 교회에 감금하고 폭력과 협박 등의 방법으로 개종을 강요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 공동강요·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진모 목사에 대해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월23일 밝혔다.(사건번호 2006도5851)
이와 함께 진 목사와 공모하여 피해자들을 감금하게 하고 개종을 강요하면서 폭행과 협박을 일삼은 ㅇ교회 신도 2명에 대해서도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그 채용증거들을 종합하여 피고인들에 대한 각 판시 범죄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러한 원심의 판단은 사실상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것으로서 기록에 비추어 정당하여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로 주장하는 바와 같은 채증법칙 위배로 인한 사실오인 및 강요죄와 감금죄에 관한 법리오해 등의 위법이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또한 “강요 및 감금방조 행위의 경위나 목적 등 여러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들의 이 사건 강요 및 감금방조 행위가 사회적으로 상당하여 형법 제20조에 정한 사회통념상 허용될 수 있는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임원인 진 목사와 진 목사가 담임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ㅇ교회 신도이며 진 목사가 운영하는 ‘이단클리닉’ 조직원인 신도 2명은 2000년과 2001년경 H교회 신도인 정백향(당시 31세)씨, 진모(당시 19세)씨, 오모(당시 29세)씨를 개종시키기 위해 가족들을 충동하고 공모해 ㅇ교회에 감금하게 하고 폭행과 협박 행위로 강제개종을 시도했다.
이들은 심지어 목적 달성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개종을 목적으로 정신보건법 제24조의 맹점을 악용하여 피해자들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감금시키는 데도 적극 가담해 감금과 강요, 폭행, 협박죄로 재판을 받아왔다.
이 사건과 관련해 1심 재판부는 피해자 정씨, 오씨, 진씨 사건에 대한 1판결(2003고단1797)에서는 강요죄만 인정해 유죄 판결을 하고, 오씨 사건인 2판결(2002고단431)에 대해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을 병합해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성을 인정하여 원심 판결을 모두 파기하고 ‘공동강요미수’, ‘공모공동정범’, ‘공동감금방조’의 책임을 물어 “피고인들의 행위가 개종의 권유라는 미명 하에 개인의 신체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한 중차대한 범죄인 점, 당심에 이르기까지 자신들의 범행을 부인하는 등 개전의 정이 보이지 아니하는 점을 비추어 피고인들에게 엄한 처벌이 있어야 할 것”이라며 진 목사에게는 강요와 감금방조죄를 인정해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신도들에게는 각각 징역 6월과 4월에 집행유예 1년씩을 선고했다.
이들의 불법적 행위로 인해 피해자 정백향씨는 71일, 오씨는 82일, 당시 대학생이었던 진씨는 65일 동안 축령복음병원 폐쇄병동에 감금돼 기본적 권리를 무시당한 채 인권을 유린 당했다.
피해자 대표 정백향씨는 “8년이 800년 같았던 길고 지루한 시간동안 벌여온 법정싸움이 잘 마무리돼서 후련한 한편 앞으로 해결해야 할 일들 때문에 마음이 무겁기도 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씨는 “법정공방은 일단락됐지만 피해자들의 활동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아직도 가시화되지 않은 많은 피해가 산재돼 있다. 누구나 믿고 싶은 것을 믿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사회,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현실적으로 보장되는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더 활발하게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형사에 이어 민사도 최종 승소
한편, 피해자들의 정신병원 강제 입원과 관련해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야간공동감금)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신과 전문의 2명(신모씨, 박모씨)에 대한 형사소송은 1심 무죄 판결에 이어 항소심에서 피고인들에게 감금죄를 인정해 각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고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은 지난 10월9일에는 남편과 진 목사, 신도들, 정신과 전문의 등에 의해 강제로 71일 동안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감금됐던 정백향(39)씨의 손해배상청구 상고심(2008다51656)에서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대법원 제3부(주심 양창수 대법관)는 정씨가 개종을 목적으로 자신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킨 남편과 개종목사, 신도 3명, 정신과 전문의와 정신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상고심에서 피고들이 낸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피고들은 원고에게 손해배상금 3천200만원을 지급하고 1심과 2심 소송비용 전액을 부담하라”는 원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6월13일 정씨의 남편 송모씨에 대해서는 4차례 폭행행위로 인한 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위자료 500만원을, 피고 진 목사와 남편 송씨를 비롯해 진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교회 신도들인 김모씨, 정모씨, 정모씨에 대해서는 순차 공모 공동하여 ㅇ교회에서 개종을 목적으로 감금·강요를 일삼은 행위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각자 700만원의 위자료를 원고 정씨에게 지급할 것을 판결했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 신모씨와 의료법인 축령복음병원을 포함한 전체 피고들에 대해서는 축령복음병원에서의 감금·강요로 인한 공동불법행위의 책임을 물어 각자 2천만원의 위자료를 원고에게 지급할 것을 결정했다.
재판부는 “신앙의 자유는 헌법에서 인간의 기본권으로 보장되는 것으로 원고의 신앙 역시 신앙의 자유로 보호받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원고의 신앙을 개종시키려 하는 행위는 그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고, 원고의 신앙을 개종시키려는 의도 하에 여러 사람이 공모하여 원고를 감금하고 또 정신병원에 입원까지 시킨 것은 그 수단이나 방법이 너무나 가혹하여 상당하다고 할 수 없으며, 그로 인해 침해되는 원고의 인권이 중대하다”며 “피고들의 행위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아니하는 정당행위라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피고들의 무분별한 불법 개종행위에 일침을 가했다.